의식 (Freud)

의식 이란?

 

(1) 의식의 수준

 지난 글 ‘무의식’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의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의식(consciousness)은 무의식 및 전의식과 달리 바로 지금 그리고 현재 알아차리고 있는 인식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와 잠자리에 들어설 때 의식은 서로 같은가? 졸려서 하품을 하고 있은 경우도 물론 의식생태라고 할 수 있지만 이때는 의식이 또렷한 상태는 아닙니다. 즉, 의식은 현재에 대한 인식이지만 그 수준은 매우 다양합니다.

의식이 아주 낮은 수준으로 외부환경에 대해 단지 반응만 하는 경우를 최소 의식(minimal consciousness)이라고 하는데, 이는 마음이 감각을 수용하여 반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Amstrong, 1980). 여러분이 잠을 자고 있을 때 팔이 벽에 닿으면 벽을 피해 옆으로 돌아눕게 됩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팔이 벽에 몇 번이나 부딪혔는지 물어보면 아마도 자신의 경험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의식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반응을 한 것입니다. 다만, 여러분은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돌아누웠던 것이 아니라 최소 의식수준에서 단순히 벽이라는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피하는 반응을 한 것입니다.

 반면에 아주 높은 의식 수준은 최대 의식(full consciousness)이라고 하며 자신이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 이러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자체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서 추천받은 만화책을 읽을 때 익살스러운 내용을 보고 낄낄거리며 웃다가 ‘나는 지금까지 읽었던 것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만화책을 보고 읽고 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으로 자신에 관한 의식 또는 특정한 마음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자각을 하는 수준입니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깨닫는 것을 최대 의식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자각의 초점이 온전히 ‘나’에게로만 맞춰져 있는 상태를 자의식(self-consciousness)이라고 합니다. 지금 바로 자의식 상태로 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책에서 눈을 떼고 거울을 보기 바랍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며 ‘내가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있구나,’라는 자각과 함께 자신의 눈, 코, 입, 체형 등에 주의를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받을 때도 자의식 높아지는데, ‘내 얼굴이 빨개진 건 아닐까?’ ‘남들이 보면 내 행동이 정말 엉뚱하다고 할 거야!’ 라는 생가들을 하게 될 것 입니다. 자의식은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높으면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과도하게 걱정하여 조그만 실수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특징이 있는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이 그 예입니다.

 자의식은 대부분의 동물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집에서 그리는 애완동물이 자의식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거울을 그 앞에 갖다 놓고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됩니다. 가령 고양이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전혀 간심을 보이지 않거나 다른 고양이가 앞에 있는 것처럼 발을 뻗어 잡으려 하거나 싸우려고 하면 자의식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꼭 사람에게만 자의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장류의 자기개념에 대한 연구(Gallup, 1997)에서 침팬지를 마취시킨 후 눈썹에 빨간색 물감을 묻히고 마취가 풀린 다음 거울을 보여 주었습니다. 침팬지가 자의식이 없다면 거울에 비친 눈썹이 빨간 침팬지를 만져 보려고 하거나 적대감을 보일 것입니다. 관찰한 결과, 침팬지는 거울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는데,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고 빨간 물감이 묻어 있는 자신의 눈썹을 만졌습니다. 즉, 침팬지는 거울 속에 있는 침팬지를 자신이라고 인식하였기 때문에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검증되었습니다.

 

 

 

 

(2)의식의 기능

 인간은 자의식을 포함하여 의식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여기서는 이러한 의식이 왜 필요하고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의식이 잘 발달하지 않았다면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의 경쟁에서 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의식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주위 환경의 다양한 감각 정보에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정보를 무조건 많이 받아들인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오히려 과부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식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Bering & Bjorklund, 2007).

 먼저, 중요한 외부 자극에 주위를 두고 다른 자극은 제한하여 정보를 여과시키는 ‘제한적 기능(restrictive function)’입니다. 이 기능 현재 성취해야 할 목표와 관련이 없는 정보를 제한합니다. 예를 들어, 고대사회에서 사람들이 동쪽에 있는 숲 속을 걸어가다 동물들의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때 사람들은 동물 발자국에만 주의 집중하고, 주변에 피어 있는 예쁜 꽃이나 향기로운 풀냄새는 제한함으로써 의식에 입력되지 않습니다. 즉, 오로지 동물의 발자국에만 주의를 두기 위해 의식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주의를 집중해서 의식에 남아 있는 정보라고 해도 모두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앞의 예에서 동물들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면 그중에서 도끼나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이 아니라, 덩치가 커서 이전에 온 가족이 배불리 나눠 먹을 수 있었던 멧돼지 발자국만을 따로 선택하여 의식에 남겨 놓습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을 따라 계속해서 추적해 나갑니다. 이러한 기능을 ‘선택적 저장기능(selective function)’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멧돼지 발자국을 따라갔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앞ㅇ로 사냥을 하려면 여기 동쪽 숲으로 오는 게 좋겠다고 계획하게 되는데 이를 ‘계획 기능(planning function)'이라고 합니다. 의식을 과거에 경험했던 지식을 기초로 여러 대안을 고려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과 준비를 하도록 만듭니다.

이와 같이 의식은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중에서 더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여 기억해 놓았다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생존 확률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